미술 경매가 뉴스에 오르는 순간은 대체로 정해져 있어요. 기록이 깨졌을 때입니다. 그림 한 점에 수억 달러라는 문장 앞에서는 감상보다 의문이 먼저 들죠. 저 숫자는 대체 누가, 어떻게 만든 걸까요.
기록이 세워진 자리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의외로 반복되는 조건이 보입니다. 어떤 그림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사람들 사이에서 값이 매겨졌는지. 그 계보를 따라가 보면 뉴스에 뜨는 숫자가 조금 다르게 읽혀요.
기록은 이렇게 갈아치워졌습니다
출발점으로 자주 꼽히는 해는 1987년입니다. 그해 크리스티 런던 경매에서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약 3,990만 달러에 낙찰됐어요. 그때까지의 경매 기록을 크게 갈아치운 금액이었고, 사 간 쪽은 일본의 한 보험사였습니다. 거품 경제가 정점을 향하던 일본 기업들이 서양 명화를 사들이던 시기와 정확히 겹치죠. 그림값이 신문 1면에 오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어요.
그다음 도약은 2012년 5월에 있었습니다. 뭉크가 1895년에 그린 파스텔 〈절규〉가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1억 1,990만 달러에 낙찰됐어요. 당시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였습니다. 다섯 버전이 전해지는 〈절규〉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이 갖고 있던 한 점이었다는 사실이 값을 밀어 올렸죠. 이 그림이 어떤 순간에서 나왔는지는 뭉크 입문에 적어 두었어요.
3년 뒤인 2015년에는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 크리스티 뉴욕에서 약 1억 7,940만 달러에 낙찰되며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어떤 시기들을 거쳐 왔는지는 피카소 입문에 시기별로 나눠 뒀어요.
그리고 2017년 11월, 크리스티 뉴욕에 다 빈치 귀속작 〈살바토르 문디〉가 나왔어요. 낙찰가는 4억 달러, 여기에 구매자 수수료가 더해져 최종 금액은 4억 5,030만 달러가 됐습니다.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이에요. 남아 있는 다 빈치의 회화가 스무 점이 채 되지 않는다는 희소성이 이 값의 배경에 있습니다. 완성작이 왜 그렇게 적은지는 다빈치 입문에서 다뤘고, 낙찰가에 수수료가 어떻게 얹히는지는 옥션 가이드에 계산까지 정리돼 있어요.
경매장 밖에도 장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모두 경매장에서 세워진 기록이에요. 그런데 그림이 팔리는 자리가 경매장만은 아니죠.
2006년, 클림트가 그린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I〉이 로널드 라우더에게 1억 3,500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경매장이 아니라 개인 간 거래였는데도, 그림 한 점 값으로는 당시 세계 최고가였어요. 이 초상이 나치의 약탈과 7년 소송을 지나 그 자리에 오기까지의 사연은 클림트 입문에 있습니다.
사적 거래는 성격이 다릅니다. 경매는 금액이 그 자리에서 공개되고 곧바로 기록으로 집계되지만, 개인 간 거래는 금액도 시점도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경매 기록보다 높은 금액이 오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는데, 확정된 수치가 끝내 공개되지 않는 일이 흔합니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라는 말을 만나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어요. 어느 장부의 이야기인가.
한국의 기록은 어떻게 움직였나
한국 미술 시장에도 같은 구조의 기록이 있습니다.
2007년, 박수근의 〈빨래터〉가 경매에서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됐어요.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이었습니다. 냇가에 나란히 앉아 빨래하는 여인들을 그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장면이었고요. 생전에 가난했던 화가의 그림이 시장의 정점에 섰다는 대비는 박수근 입문에서 따로 짚었어요.
그 기록도 오래 남지는 않았습니다. 2019년 김환기의 〈우주 05-IV-71 #200〉이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2억 원에 팔리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어요. 그가 남긴 가장 큰 그림이자 유일한 두 폭짜리 작품입니다. 점을 찍고 번지게 두기를 수없이 반복한 이 화면이 어떤 마음에서 나왔는지는 김환기 입문에 적혀 있어요.
두 기록 사이에는 12년의 간격이 있고, 무대도 서울의 경매장에서 홍콩의 국제 경매로 옮겨 갔습니다. 금액만 오른 것이 아니라 한국 미술에 값이 매겨지는 자리 자체가 넓어진 셈이에요.
값이 여기까지 오르는 네 가지 이유
기록을 세우는 그림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값을 밀어 올리는 힘이 대체로 넷이에요.
- 대체할 수 없는 한 점
- 같은 그림을 하나 더 만들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 공급은 그 자리에서 끝나요. 사고 싶은 사람은 늘어나는데 물건은 더 나오지 않는 구조입니다.
- 경쟁하는 상대의 체급
- 이런 자리에서 손을 드는 쪽은 미술관과 재단, 그리고 국가 단위의 자금을 움직이는 컬렉터예요. 그중 두 곳만 끝까지 붙어도 호가는 예상 구간을 훌쩍 넘습니다.
- 기록이 만드는 유명세
- 최고가라는 뉴스는 그 자체로 광고가 됩니다. 미술에 관심 없던 사람도 작품 이름을 외우게 되고, 그렇게 높아진 인지도가 다음 기록의 발판이 돼요.
- 자산이자 지위
- 이 가격대의 그림은 감상의 대상인 동시에 자산이고,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위의 표시로 읽힙니다. 벽에 거는 이유가 하나가 아닌 셈이죠.
네 가지가 겹치는 지점에서 기록이 나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한 것은 정점에 선 몇 점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예요. 미술품 가격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정해지는지, 갤러리의 첫 가격과 경매 낙찰가가 왜 벌어지는지는 작품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나요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기록은 다음 경매가 다시 씁니다
이 글에 적힌 숫자에는 모두 연도가 붙어 있어요. 일부러 그렇게 적었습니다. 1987년의 기록은 2012년에, 2012년의 기록은 2015년에, 2015년의 기록은 2017년에 밀려났으니까요. 어떤 금액도 영원한 1위로 남지 않고, 큰 경매가 한 번 열릴 때마다 목록은 또 손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 목록은 순위표보다 그림에 값이 매겨지는 방식의 기록으로 읽는 편이 오래갑니다. 4억 달러가 넘는 낙찰가는 〈살바토르 문디〉가 다른 그림보다 그만큼 좋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 순간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이 거기까지 손을 들었다는 뜻이죠.
가격과 가치는 다릅니다. 기록은 시장이 남긴 이야기일 뿐, 한 그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까지 정해 주지는 않아요. 다음에 경매 최고가 소식이 뉴스에 오르거든, 숫자 뒤에 어떤 그림이 서 있는지를 한 번 더 들여다보시면 좋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은 무엇인가요?
2017년 11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나온 〈살바토르 문디〉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으로 귀속된 그림으로, 낙찰가 4억 달러에 구매자 수수료가 더해져 최종 4억 5,030만 달러가 됐어요.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로 기록된 금액입니다.
그림값은 왜 그렇게까지 비싸지나요?
같은 그림을 하나 더 만들 수 없는 데다,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 공급이 완전히 끊기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미술관과 재단, 국가 단위의 자금을 움직이는 컬렉터가 한 점을 두고 경쟁하고, 최고가라는 뉴스가 다시 작품의 유명세를 키웁니다. 감상의 대상인 동시에 자산으로도 쓰인다는 점이 값을 한 번 더 밀어 올리죠.
경매 기록이 곧 세계 최고가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경매는 금액이 그 자리에서 공개되지만, 개인 간 사적 거래는 금액과 시점이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2006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I〉이 경매가 아닌 개인 거래로 1억 3,500만 달러에 팔린 것이 그런 사례죠. 경매 기록과 사적 거래는 서로 다른 장부라고 보는 편이 정확해요.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은 무엇인가요?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약 132억 원에 팔린 김환기의 〈우주 05-IV-71 #200〉이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 앞의 기록은 2007년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빨래터〉였어요. 12년 사이에 무대가 서울에서 홍콩으로 옮겨 간 점도 눈에 띕니다.
낙찰가가 곧 결제 금액인가요?
아니에요. 낙찰가에는 옥션사가 받는 구매자 수수료가 더해지고, 그 수수료에 부가세까지 붙습니다. 〈살바토르 문디〉의 4억 5,030만 달러도 낙찰가 4억 달러에 수수료가 얹혀 나온 금액이죠. 그래서 응찰 한도를 잡을 때는 낙찰가가 아니라 결제 금액 기준으로 계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